지난해 전세계 식품 업계의 화두는 단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니즈였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슈가 더욱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헬스 앤 웰니스(Health and Wellness) 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더욱 눈에 띄는 한해였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저성장을 보이던 글로벌 헬스 앤 웰니스 시장은 2017년 다시 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편, 다양성과 간편함을 동시에 장전한 신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 역시 새로운 식품트렌드를 주도하고 이를 경험하느라 바쁜 한해를 보냈다.
2018년에는 ‘안전한 음식’ 에서 더 나아가 생산에서 소비까지 투명한 음식 (Transparency),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지역 식품 (Local over global) , 소중한 나를 위한 고급스러운, 맛있는, 다양한 음식 (Repositioning indulgence & Personalisation)이 글로벌 식품 산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1. Transparency in everything
생산, 포장, 유통까지 ‘투명함’이 생명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만큼, 어느덧 소비자들의 가장 중요한 구매결정(selling point) 요소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인증제도까지 불신하게 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역시 ‘투명함’이 2018년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는 향후 식품 유통 역시,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block chain) 으로 관리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업계에서의 블록체인이란, 식품 생산, 포장,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 장부에 관리하여 식품안전 이슈가 발생할 경우 원인을 보다 쉽고 빠르게 관리 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하고 식중독에 걸렸다면, 그 원인을 통일된 장부를 통해 빠르게 파악, 조치 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IBM은 지난해 8월 네슬레, 유니레버, 돌푸드 등 다국적 식품 업계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실현을 위한 하이퍼렛저 (Hyper-ledger)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의 장부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기 때문에 불미스러울 수 있는 조작 등을 애초에 차단하여 투명한 식품을 생산,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블록체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점차 커져가고 있다.
사진 1) RXBAR (RXBAR 홈페이지 : www.rxbar.com)
한편, 식품업계 및 소비자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투명성’은 포장지의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조셉스(Joe Seph’s)’ 는 영국에서 투명한 포장에 담긴 프리미엄 팝콘을 선보였고, 켈로그가 인수한 미국의 ‘알엑스바(RXBAR)’ 스낵바는 친절하게 포장지에 성분을 커다랗게 표시하여 이를 패키지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한국의 아워홈 역시 지난해 5월 투명포장으로 속이 보이는 ‘아삭김치’를 출시, 소비자들이 김치의 양념 상태, 신선도, 김치의 크기 등을 구매전에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신설된 한국의 농수산물 표시규정에 따르면, 투명하게 포장된 농수산물에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생산자, 생산날짜, 내용량 표시를 의무화 하여 앞으로 식품 투명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2) 아워홈 투명포장 김치 (아워홈 제공)
더 나아가, 글로벌 식품기업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은 미국인의 50% 이상이 GMO 식품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에 착안하여, 유전자 조작 미함유(NON-GMO)를 강조한 ‘트리스킷 (Triscuit)’ 제품을 새롭게 출시한 바 있다. 비록 ‘NON-GMO표현’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소비자의 요구, 신뢰는 향후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3) Triscuit NON-GMO project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제공)
2. Local over global
지역 마케팅으로 눈을 돌리다
글로벌 식품 기업들은 앞으로 지역 마케팅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지역별로 식품 관리에 대한 기준이 상이한 것이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활용한 식품선호도가 점차 뚜려해지고 있다. 더불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함께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히 다가가는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4) 트리하트 슈퍼바 (Three Heart 홈페이지 : www.threehearts.gr)
사진5 ) 오레오 씬즈 (오레오 홈페이지 : www.oreo.com)
그리스의 스낵바 제품인 ‘트리하트 슈퍼바(Three Hearts Super Bar)’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만을 사용하는 것을 제품 홍보에 활용하여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의하면, ‘트리하트 (Three Heart) 스낵바는 출시 1년만인 지난해, 56% 의 판매성장률을 기록했다. 한편, 냉동피자, 리스토란테 (Ristorante)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외트커 그룹(Oetker-Gruppe)은 독일에서 소비자들이 지역 베이커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기업의 다소 의아한 행보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전략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외트커 그룹은 독일에서 지난 2년동안 전체 식품시장 보다 높은 4%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 글로벌 스윗 비스킷 (sweet biscuit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레오 (Oreo)는 오레오 씬즈 성공을 통해 지역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처음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했던 오레오 씬즈가 해당 지역에서 성공하자, 전체 오레오의 50% 가 팔리는 미국으로 오레오 씬즈를 확대하게 된 것.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 다른 문화의 장벽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만 집중하여 그들만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 또한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3. Repositioning Indulgence
설탕 대신, 초콜릿의 재발견
‘설탕 줄이기’에 대한 공감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핫 이슈다. 핀란드, 멕시코 및 미국의 주요 도시는 이미 설탕세를 도입했고, 영국은 올해부터 설탕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태국이 처음으로 지난 9월 설탕세를 도입하며, 범국가적으로 ‘설탕줄이기’ 열풍에 합류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저설탕 가공식품 (reduced sugar packaged food)의 글로벌 판매액은3% 증가한데 이어, 2022년까지 연평균 2%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러한 설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기업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설탕 섭취 식품으로 인식되어 온 초콜릿의 소비는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Less but Better’ 소피 패턴의 영향으로 초콜릿 한개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기능성 초콜릿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는 향후 세계적으로 고급 초콜릿 시장이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6) 설탕대신, 초콜릿의 재발견 (Euromonitor International)
특히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인 베리칼리보(Barry Callebaut)는 화이트 초콜릿 이후 80년 만에 4세대 초콜릿으로 불리는 천연 핑크빛의 ‘루비 초콜릿’을 개발, 전 세계 초콜릿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멘탈밸런스 초콜릿 가바 (Mental Balance Chocolate GABA) 역시, 2008년 출시 이후 지난 9년간 연평균 6%의 판매액 증가를 보여왔다. 국내 초콜릿 시장 에서는 롯데제과가 2016년 처음으로 유산균 함유 초콜릿인, ‘유산균 쇼콜라’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해 슈퍼푸드라 불리는 카카오닙스를 함유한 ‘드림카카오닙스’를 출시하여 프리미엄, 기능성 초콜릿 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7) 스위스 베리칼리보가출시한 ‘루비 초콜릿’ (베리칼리보 제공)
사진 8) 멘탈 밸런스 초콜릿 가바 (Euromonitor International)
4. Personalisation
나만의 식단, 나를 위한 영양소
지난해 글로벌 식품 기업 캠벨수프 (Campbell Soup)가 투자하고 있는 해빗(Habit)은 고객들로부터 DNA를 제공받아 그들의 신체 영양성분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즉석식품 (ready-to-eat)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어도 모두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기업 ‘해빗’은 본인에게 맞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한 결과 건강해진 창업자 닐 그리머 (Neil Grimme)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비록 맛은 아직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리머 창업자는 개인에게 최적환 된 건강식단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편리한 건강(Convenient Wellness)’ 를 강조하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사진9) personalization (Euromonitor International)
국내에서는 커스트마이징으로 더 잘 알려진 개인 맞춤형 식품산업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90년대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샌드위치 서브웨이 (Subway) 가 있었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토핑으로 구성된 맞춤 피자를 주문하는 것에도 이미 익숙하다. 다만 이미 정해진 커스트마이징 콘셉트의 매장을 소비자가 방문하는 것을 넘어, 정해진 메뉴를 나만의 스타일로 바꿔주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앞으로 커스마이징 식품의 가장 큰 특징이 셈. 스타벅스는 ‘나와 어울리는 커피’ 를 통해 개인성향 및 취향에 따른 원두를 고를 수 있도록 했고,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는 원두 역시 직접 골라 커피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이제 웬만한 커피숍에서는 라떼를 주문할 때, 두유, 저지방 우유, 락토(유당) 프리 우유 등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흔한, 당당한 옵션이 되었다.
사진10 )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커스트마이징 푸드가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방송에서 짜빠구리가 탄생했던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면 하나도 소비자 취향대로 수정해서 먹는 ‘모디슈머 (Modify + Consumer)’의 개념이 등장했고, 최근엔 나만의 라면을 요리하는 ‘컨셰프 (Consumer + Chef)’ 가 대세다. 지난해 출시된 전제렌지 용 컵라면 ‘신라면 블랙 사발’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다양하게 요리하는 1020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다. 그들에게 가장 간편한 요리법인 ‘전자렌지 땡’ 을 적극 활용해 손쉽게 프리미엄 컵라면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앞서 농심은 짜왕을 다양하게 요리하는 소비자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짜왕 매운맛’을 후속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 11) 농심 신라면블랙 사발 (농심 제공)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최근 소개된 3D 프린팅 푸드는 미래의 커스트마이징 식품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쉽게 말해, 카트리지에 밀가루, 소스 등의 식재료를 넣으면 프로그램화 된 원하는 음식의 맛과 모양을 똑같이 프린트 해 주는 이른바 ‘먹을 것’의 혁명이다. 최근 최고의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타셰프의 역할이 프린팅 푸드로 대체될 것 이라는 안타까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양한 메뉴의 프로그램과 프린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먹고싶은 음식을 원하는 모양으로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식품기업, 레스토랑의 역할 또한 격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